
13년을 함께한 퍼그 봉구를 떠나보내고, 다시 감자를 가족으로 맞이하기까지
13년 동안 나와 함께한 퍼그 봉구
나에게는 13년 동안 함께 살아온 퍼그 봉구가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반려견이라는 말보다 가족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봉구도 그랬다. 매일 함께 생활하고, 밥을 챙겨 주고, 아프면 걱정하고,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였다.
물론 봉구가 늘 건강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 발작을 일으키곤 해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이며 지내고 있었다. 발작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했지만, 약을 먹으면서 잘 지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구를 돌봤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앞으로도 봉구와 함께하는 날들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6년 설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26년 설날, 너무나 심했던 발작
그날 봉구는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발작을 일으켰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울 만큼 상태가 심각했고, 숨을 제대로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봉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곧바로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봉구를 데리고 갔다. 평소에도 발작 때문에 약을 먹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
병원에서는 몸에 다른 이상이 있는지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수의사 선생님은 그렇다면 뇌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MRI 검사를 이야기하셨다.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봉구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결국 나는 위험성을 알고 있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봉구가 왜 그렇게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했고, 어떻게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봉구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병원에서 약을 먹고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봉구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MRI 검사 후,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봉구는 결국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봉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일은 쉽게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살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데려왔으니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했던 봉구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났다.
13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봉구가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정말 봉구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슬프다는 말로는 부족했고, 마음을 추스를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봉구를 떠나보낸 뒤 바로 화장을 치렀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지나간 것 같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이별을 마주해야 했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봉구가 없는 현실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매일 함께 있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것. 반려견과 오랫동안 살아 본 사람이라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봉구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 시간
봉구를 떠나보낸 뒤에도 일상은 계속됐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일상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가족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마음속에 남은 기억도 많았다.
나는 봉구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랐다. 다시는 예전처럼 봉구를 안아 볼 수도 없고, 이름을 불러도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봉구를 잊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나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됐다.
봉구를 떠나보내고 만난 5개월 된 비숑 감자
봉구를 떠나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개월 된 비숑프리제 감자를 데리고 왔다.
누군가는 너무 빨리 새로운 강아지를 맞이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3년 동안 강아지와 함께 살아온 내 일상에는 반려견이 차지하는 자리가 너무 컸다. 봉구를 떠나보낸 슬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감자가 우리 가족이 됐다.
감자를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과 봉구를 떠나보내던 때의 마음은 분명 달랐다. 봉구와의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감자와는 또 다른 시간을 만들어 가야 했다.
감자가 봉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봉구는 봉구대로 내게 소중한 가족이고, 감자는 감자만의 모습으로 내 삶에 들어온 새로운 가족이다.
나는 이제 감자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직 어린 감자를 돌보면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책임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다시 느끼게 된다.
강아지는 우리보다 먼저 나이가 들고, 우리보다 짧은 시간을 살아간다. 그래서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봉구와의 이별이 알려 준 것
13년을 함께한 봉구와의 이별은 나에게 오래 남을 기억이다. 특히 2026년 설날에 있었던 일은 지금도 마음 아픈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는지, 조금 더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나면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남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나는 봉구를 살리고 싶었고, 원인을 알아내고 싶었고, 어떻게든 곁에 두고 싶었다. 그래서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검사를 결정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많이 힘들었겠지만 봉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감자와 함께하는 앞으로의 시간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산책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감자만의 추억을 하나씩 쌓아 가고 싶다.
봉구와 함께한 13년은 내 삶에서 없어지는 시간이 아니다. 봉구가 내 가족이었다는 사실도, 함께했던 추억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감자와 또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봉구야,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 함께했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할게.